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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드2@ 2024. 8. 23.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해석과 후기

OTT가 대세인 요즘, 그럼에도 극장에서 봐야 제맛인 영화가 있다고 하죠. 그런 영화들이 내세우는 강점에는 비주얼과 사운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할 때마다 비주얼은 늘 사운드보다 먼저 언급됩니다. 그만큼 대형 스크린이 전하는 시각적 쾌감은 영화 관람의 1순위니까요.
사람의 오감 중 가장 민감한 것은 청각이라고 합니다. 그런 기준에 볼 때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반드시, 꼭 극장에서 봐야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사운드가 극의 핵심이자, 진정한 메시지니까요. 개봉 전부터 엄청 기대했는데 보고 나오니 그 후유증과 소름이 아직도 가시지 않네요. <타짜>의 명대사를 인용해 작품의 한 줄 평을 남깁니다.

귀는 눈보다 빠르다
그것이 비극일 경우에는 더더욱
작년 칸영화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 올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음향상 수상작이고 작품상 노미네이트까지. 벌써부터 '올해의 영화'급이라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여러가지를 리뷰와 해석으로 정리해봅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영화....死운드로 향하는 사운드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중 이처럼 느긋하고, 평화롭고, 밝은 작품이 있을까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에서 살고 있는 독일군 장교 루돌프 회스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작품입니다.
스토리적으로 설명할 것이 없어요. 그냥 루돌프 회스 가족의 하루를 보여주고 관찰할 뿐입니다. 이렇다 할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반전도 없습니다. 쿠키도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정원을 가꾸고, 그렇게 저녁에 다시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고 잠이 듭니다. 이게 끝. 그런데 보입니다. 홀로코스트의 처참한 광경이. 아니 정확하게는 들린다고 해야겠죠.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비주얼이 관객을 속이고, 사운드가 진짜 진실을 말합니다. 정확히는 사운드가 아니라 죽어가는 누군가의 소리, 즉 死운드입니다. 화면 내내 들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희미한 소음이 그렇습니다. 총소리가, 비명이 계속해서 들립니다. 근데 그게 크지도 않아요. 더 얄미운 것은 이들 소음을 회스 가족이 내는 일상 소음과 같이 겹칩니다.
예를 들어 회스 가족 막내 아기의 울음 소리와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가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립니다. 구분하기 쉽지 않죠. 회스 가족이 발 구르는 소리와 아우슈비츠에서 오늘도 집행하는 총살 소리 역시 비슷하게 울립니다. 자세히 귀 기울이면 그 차이를 알지만, 그냥 느긋하게 관람하면서는 쉽게 들리지 않을 거에요. 마치 그때 당시 이런 비극이 있음에도 언제나처럼 일상을 살아갔던 수많은 사람들처럼요. 영화가 의도한 바도 그렇습니다. 지옥 같은 일이 실시간으로 일어남에도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바빴을 것이라고. 그게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닌 반박불가인 것이 씁쓸.
더 소름끼치는 것은 이런 소리를 계속해서 외면하는 회스 가족의 일상입니다. 분명 비명소리와 총소리 등 끔찍한 사운드가 자기 집 밖에서 나오는데 회스 가족 중 누구도 이를 인지하거나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집에 놀러온 지인이 갑작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릴 뿐. 영화는 폭력과 학살에 익숙해진 회스 가족과 소음을 분간하는 사람을 차이에 두고, 앞에서 말한 비판적인 시선을 배가합니다.

끔찍한 장면 없이 끔찍한 영화

<컨저링> 개봉 때 이런 문구가 대박 났죠.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 그렇다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끔찍한 장면 없이 끔찍한 영화입니다.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치고 이렇다 할 사상자나 학살 장면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 작품은 처음입니다. 그저 오로지 회스 가족을 관찰하고 목격할 뿐이죠. 이 작품의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는 총 10개의 카메라를 마치 예능 프로의 관찰 카메라처럼 배치해 연기자들의 모습과 영상을 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이렇다 할 인물을 포커스하는 클로즈업(카메라가 인물을 과도하게 접근해서, 캐릭터의 감정이나 행동을 관객이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촬영기법)이 거의 없고, 원샷(영상에 한 사람만 나오는 장면)도 많이 없습니다. 오로지 와이드숏 (카메라를 먼 거리에 두고 피사체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극을 담아냅니다.
충격적인 것은 극중 담아내는 영상 모두 홀로코스트를 시행했던 독일군만을 비춘다는 것입니다. 가해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목도하게 되는 것이죠. 분명 관객들의 마음은 실시간으로 죽어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누군가인데, 이 반대로 호위호식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불편함은 당시의 참혹함을 더욱 직접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올드보이>에서 오달수가 이런 대사를 하죠. "인간은 상상을 해서 무서운 거래". 근데 이 놈의 영화는 직접적으로 학살 당하는 이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상상으로 그때의 끔찍함을 제 머릿속에 자헤 재현하게 만듭니다. 그게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대단한 점이자, 소름 돋는 순간이죠. 이런 체험이 100여분 계속됩니다. 단 하나의 끔찍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데 보는 내내 압박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공무원으로서 일을 한 것뿐..... 학살이라는 일

영화의 사운드, 연출, 영상만 소름 돋는 것이 아닙니다. 배우들의 연기, 정확히는 극중 캐릭터들의 태도 또한 혐오와 충격 사이에서 혼란을 건넵니다.'악의 평범성'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니까요.
회스가 유대인들을 학살하기 위해 가스실 건축을 고민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회의하는 모습. 소재만 떼고 본다면 여느 회사의 평범한 회의랑 다를 것이 없습니다. 건축 도면을 보고 시공은 이렇게 하고, 업무 배분은 저렇게 하자는 등 그냥 흔한 시설 정비 회의를 나눈 것뿐입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국가 공무원으로서 그저 맡은 바 일을 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잔혹하고, 불쾌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죠.<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모든 대화나 설정이 이렇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평온한, 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역겨운 속셈들이 보는 이의 양심을 계속해서 자극합니다.
이런 상황을 대표적으로 부각하는 모습들이 더러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스 부인이 다른 사람들과 차 한잔을 나누며 대화를 하지만, 카메라는 이 집의 하인들의 모습에 더 관심을 둡니다.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이들은 묵묵히 일을 하고, 가해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수다를 떠는 모습. 이런 극명한 대비를 계속해서 반복합니다. 벽 하나를 두고 삶이 극명하게 갈린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회스 가족 집안처럼 말이죠.
나중 루돌프 회스가 전근을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군인이, 공무원이 별 수 있나요? 나라가 까라면 까야지. 대신 그의 부인은 머뭇거립니다. 아우슈비츠를 떠날 수 없다고. 여기서 가꾼 텃밭과 꽃들, 그리고 이 평화로운 집을 놔두고 갈 수 없다고. 그러면서 이 말을 덧붙입니다.
"이게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순간이라고."
하루에도 수 만 명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죽어가는 이 지옥 같은 곳이, 누군가에게는 꿈의 집이라는 아이러니. 어이상실과 멘탈 붕괴의 콜라보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도 계속됩니다. 악은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짚어봅니다.

전체적으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 지루하다는 생각조차 죄책감을 자동 소환하는 영화

홀로코스트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사실 친절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심심하죠. 작품의 핵심 연출인 사운드 역시 자세히 듣지 못하면 그냥 지나치고 말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작품의 음향 효과가 익숙해지고, 살짝 지루해지더군요. 그런데 그 순간도 섬뜩했습니다. 나 역시 회스 가족들처럼 집 밖에서 일어나는 비극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것마저 조나단 글레인저가 의도했다면 무서울 정도네요.
어쩌면 영화는 비단 홀로코스트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TV와 인터넷에서는 연일 누군가가 죽고, 무언가가 부서지며,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그런 것은 내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치부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의 사람들에게도 뭔가 모를 죄책감을 계속 건드립니다. 내가 목격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관심 없다고 해서 명백히 일어났던 비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계속해서 울리는 비명과 총소리가 듣기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비극과 부조리 앞에서 귀를 닫아서는 안됨을 영화는 다시 한 번 들려줍니다.
PS 영화를 보실 꺼면 꼭! 반드시! 극장에서 보시길 바랍니다. 돌비시네마에서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그런 영화관이 필요한 진정한 이유일 것 같네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알고 보면 괜찮을 TMI

🟩 이 작품의 주인공인 루돌프 회스는 실존 인물입니다 다시 말해 영화는 실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우슈비츠 수용소 책임자로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했다고 합니다. 전쟁 이후 정원사로 몸을 숨겼지만, 결국 발각되어 죽는 순간에도 나는 그저 나라에서 하라는 일만 했을 뿐이라고 하네요. 이 인물을 잘 알고 보시면 영화가 더 소름 돋을 것입니다.
🟩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과 영화는 루돌프 회스 부부를 소재로 했다는 것 외에는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소설은 루돌프 회스와 아내, 그 아내를 사랑하는 독일 장교의 삼각 관계라고 합니다.
🟩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뜻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둘러싼 40㎢ 지역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이와 더불어 나치 친위대가 사용했던 사악한 의도가 담긴 완곡 어구 중 하나라고 하네요. 당시 나치는 해당 지역의 농지를 몰수하고, 노동력을 강제 착취하는 등의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2023)

장르 드라마, 역사, 전쟁
감독 & 각본 조나단 글레이저
원작 마틴 에이미스 - <The Zone of Interest (2014)>
출연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델, 랄프 헤르포스
촬영 기간 2021년 6월 ~ 2022년 1월
개봉일 프랑스 2023년 5월 20일 (칸 영화제)
개봉일 미국 2023년 12월 8일
개봉일 프랑스 2024년 1월 31일
개봉일 대한민국 2024년 6월 5일
상영 시간 105분 (1시간 44분 48초)
상영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소개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과연 악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가?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신작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입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제76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 및 칸 사운드트랙 수상작이자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국제영화상, 음향상 수상작인데요.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첫 3대 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하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나치와 유대인의 구도를 다루지만, 기존 영화들과의 차이점을 두는 연출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내내 유대인이 박해받는 모습은 직접적으로 전혀 다뤄지지 않는 데다 간접적인 음향, 암시, 대화, 연출로만 보여진다고 하는데요. 필설로 다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가해자와 그 가족은 그 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평화롭게 누리는 일상을 아주 건조한 시선으로 담아내 위화감을 조성합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포토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관람 후기에 따르면 영화의 음향 부분이 특히나 탁월하다고 합니다. 평화로운 가족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수용소 유대인들의 아우성, 명령 소리, 발포음 등을 배경음으로 깔아놓거나 신 중간에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비슷한 음악을 배치해 특유의 불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하네요.
가장 압권인 부분은 영화가 끝난 후 스태프롤이 나올 때의 배경 음악으로, 이때까지 조금씩 들려오던 아우성을 한꺼번에 응축한 듯한 사운드로 관객을 압도시킨다는 평이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배경 음악은 베를린 지하철, 함부르크 축구 경기장, 2022년 파리 폭동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난 소리를 수집한 것이라고 해요.
평론가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호평과 찬사를 보내고 있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 평론가 박평식도 액트 오브 킬링 이후 10년 만에 9점을 주었고, 이는 그의 역대 열한 번째 9점입니다. 박평식 평론가는 절대 10점을 주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만점을 부여한 것..!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안 볼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한국 개봉일은 2024년 6월 5일로 현재 개봉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상영관이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상영관을 발견한다면 바로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연출과 사운드 때문에라도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는 평이 많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쿠키 영상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쿠키 영상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상영관을 나오셔도 되니 이 점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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